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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써야지 안 되겠다! (feat. 개구리 이야기)

아른이arnee 2021. 2. 18. 18:32

 

작년에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고 올해부터는 새해를 맞아 새 블로그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목표는 목표대로 둔 채 멀뚱멀뚱 2월 중순을 맞았다. 블로그의 콘셉트는 뭐고 어떤 글을 쓸 것이고... 끝없이 머리를 굴려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안 된다, 안 돼. 어떻게 세웠던 습관인데 이렇게 머리로만 생각하다가 또 이름만 그럴듯한 완벽주의에 발 걸려 넘어질라. 위기감을 잠재울 겸 이참에 올해의 첫 글을 쓰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다. 더 높은 잣대, 더 높은 기준을 마주할 때마다 사람은 위축된다. 그런데도 '조금만 더 완성된 상태로 공개할래'라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은 '난 이왕 하려면 잘해야 해'라는 굳은 태도에 튕겨 나가기 일쑤다. 그래서 정말 '완벽주의'는 이름에 걸맞게 작용하던가? '완벽'이라는 이름값이 너무나 부담스러운 나머지 결국 '완성'에조차 다가가지 못하지는 않았나?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이다. 나의 이야기, 그리고 아마도 당신의 이야기.

 


 

한 개구리가 있었다. 개구리는 높이 뛰고 싶었다. 그래서 신중하게 목표 지점의 고도를 분석하고 뛰기 좋은 날씨, 풍향과 온도, 습도를 연구했다. 어느 날, 그럭저럭 괜찮은 조건에서 개구리는 마침내 첫 도약을 시도했다. 분석과 연구에 시간을 쓰느라 퇴화한 뒷다리 근육은 수백 차례 반복한 사고 실험과는 (당연히) 동떨어져 있었다. 개구리는 크게 좌절했다. 첫 도약에서 실패할 때 생긴 발목 통증만 원망하며 다시는 높이 뛰기를 엄두도 내지 않았다.

 

한편, 다른 개구리는 통통 뛰어다니는 게 즐거웠다. 뛰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어떨 때는 컨디션이 좋았고, 어떨 때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를 추구했지만 나중에는 욕심이 생겼다. 조금만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을 듯한 작은 목표를 세우고는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연습해 성취해나갔다. 앞서 사고 실험만 반복하다 지레 포기해버린 개구리가 목표로 삼았던 지점을 넘어선 것은 그리 머지않은 날의 일이었다. 이 개구리는 지금, 더 높은 곳을 보고 있다.

 

©Frank Winkler

 


 

물을 것도 없이 나는 고집 센 첫 번째 개구리였다! 지금은 어찌어찌 두 번째 개구리로 진화했다. 어떻게? 두 번째 개구리처럼 작은 목표를 세워서.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유해한 습관을 멈추는 것이었다. (당장 버릴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인간이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는 걸 지나칠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내 가장 유해한 습관은 이것이었다.

 

"이건 이래서 안 돼."
"저건 저래서 어려워."
"그렇다고 그걸 하는 건 또 안 내켜!"

안 되는 이유를 기어이 찾아내 미적미적에 박차를 가하는 습관!

 

당시의 내게는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엉성하게나마 수습하며 현실적으로 달성해낼 수 있는 범위를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이 지점은 대단히 유효한 전략이었다. 글쓰기에 한해 말하자면 지난 2020년 봄부터 일주일에 세 번 글쓰기를 시작했고, 200일간 85개의 길고 짧은 글을 써낼 수 있었다. 그 과정에 체득한 감각이 시도의 허들을 낮추니 다시 슬쩍 글쓰기를 건드리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는 적었다. 숫자가 객관적 성취를 말해주지 않는가! 시작하면 다음을 낙관하는 데에도 속도가 붙음을 나는 이미 안다.

 

다만, 개선점을 찾자면 작년에 산발적으로 글을 올렸기에 아카이빙이 어려웠다. 그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올해에는 관리하기 쉬운 플랫폼을 딱 두 개로 추리려 한다. 티스토리에는 과정을 담는 글을, 포스타입에는 연재성 글을 올릴 생각이다.

2021년, 다시 해보자 글쓰기~!

 

 

 

 

 

 

덧붙임 1.

다른 맥락이지만 나는 '완벽주의' 내지는 '게으른 완벽주의'라는 말이 자조와 합리화에 쓰이는 것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덧붙임 2.

참고로, 저 위의 개구리 이야기는 내가 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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