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자전거로 출근하던 중 자전거끼리 부딪쳐 사고가 났다. 당시에는 정신이 없고 혼란스러워 기록할 생각을 못 하다가, 어느 정도 해결 방향성이 보이는 단계까지 돌입하여 이제야 비망록 겸 글을 남기려 한다. 일본에서 자전거로 교통사고가 벌어졌을 때 참고해야 할 상황은 글 가장 마지막에 요약했다.
출근길은 좁은 교차로였다. 벽 코너를 돌던 나와 직진하던 상대가 부딪힌 상황. 서로 속도를 낸 것은 아니었지만 자전거 페달이 상대방의 자전거 바퀴에 끼여 엉키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그때 핸들에 얼굴을 부딪쳐 나는 눈꺼풀에 열상, 무릎과 손등에 타박상을 입었다. 목격자는 없었다.
나는 우선 회사에 연락해 자전거끼리 사고가 났고 부상 상황임을 알렸다. 사고 지점이 회사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상사와 동료가 상황을 살피러 오겠다고 했다. 패닉에 빠진 와중 다행이었다. 눈에 둔한 통증이 이어져 손끝으로 더듬으니 출혈이 심했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양손이 덜덜 떨렸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엉켜있는 자전거를 풀어 길가로 이동했다. 상대방은 경찰에 신고했는데, 부상 중인 나보다는 덜그럭 소리가 나는 자기 자전거를 더 신경 썼다. 그때쯤 상사와 동료가 사건 현장에 도착했고, 거의 동시에 경찰도 왔다.
상대방이 경찰관에게 사고 설명을 하는 사이, 상사가 상황을 전달해줄 테니 우선 병원부터 가라고 했다. 출혈이 아무래도 멎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급차를 그제야 부르느라 시간이 걸렸는데 처음부터 경찰과 구급차에 동시에 연락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나중에야 들었다. 구급차에 올라타려 하자 경찰 담당자는 내 이름과 주소, 연락처를 메모에 적게 하고는 같은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적게 한 메모와 교환하게 했다. 병원 진료가 끝나면 자신에게 연락 달라고 했다. 동료의 동행하에 나는 구급차를 탔다. 안과가 포함된 병원으로 한정하느라 사고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구급차를 타고 이동했다.


다른 사례를 찾아보니 판단에 참고하면 좋을 내용이 있어서 몇 가지를 덧붙여본다. 나는 사고 직후 가장 처음 회사에 연락했지만 제일 이상적인 것은 사고 직후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의 사고 현장 검증 후에야 회사나 가족, 보험사에 연락하는 것이라고 했다. 만약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다른 곳에 연락을 하면 그 사이에 경찰의 전화를 못 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사고 상대방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자리를 뜰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사고 직후에는 다른 연락보다 경찰 신고와 상대방 신원을 확보하는 것에 집중하자. 목격자가 있으면 목격자에게 증언을 부탁하는 등 경찰이 도착하면 어떻게 상황을 전달할 것인지 준비하는 것이 좋다.
당시에는 당장 벌어진 사고 자체가 스트레스여서, 대충 합의해 수습하고 알아서 병원을 가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약 2주가 지난 지금은 그때 적당히 처리했으면 될 것도 안 풀렸겠다 싶었고, 절차대로 하길 잘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구급차를 타고 이동'해야 모든 것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알아서 병원'을 갔다면 차후 절차가 곤란할 뻔했다. 흔히 자동차 사고에 대해 아무리 경미한 상처여도 수일 후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자전거 사고도 똑같다.
과실의 비율이 어떻게 짐작되든, 현장에서 곧바로 합의하지는 말자. 사고가 나면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한 상황에서 여러 명에게 조언을 구해가며 차근차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낫다.
[ 교통사고 직후 참고사항 ]
1.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
2. 경찰에 교통사고 신고하기(긴급번호: 110)
3. 부상자가 있으면 구급차 부르기(긴급번호: 119)
4.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기
5. 목격자가 있는지 확인하기
6. 그 자리에서는 합의하지 않기
7. 가족, 회사, 보험사에 연락하기
8. 병원에서 진단받기
차회 예고:
응급처치 받기
nivisvernum.tistory.com/4?category=843329
일본직장인의 자전거사고 기록②응급실에서
지난 글: nivisvernum.tistory.com/3 일본직장인의 자전거사고 기록①사고 직후 2월 초, 자전거로 출근하던 중 자전거끼리 부딪쳐 사고가 났다. 당시에는 정신이 없고 혼란스러워 기록할 생각을 못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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