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알라딘 리커버 한정판) - 안희연 지음/창비 처음 를 마주했을 때, 나는 아주 오랜만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타인이라는 우주를 만나 스스로의 움발트가 깨어지는 느낌을 나누고 싶기 때문에 글을 쓴다던 어떤 작가의 말처럼, 안희연 시인의 시는 내 일상을 깨고 한동안 잊고 있던 시의 즐거움을 환기했다. 마음이 열렬해 보였는지, 여름에는 이 시집을 선물받아 품에 안고 다녔다. 이 한 권에서 들쭉날쭉한 삶을 느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리저리 뒹굴고 깎여 들쭉날쭉한 삶을, 감자마냥 엄지 손가락에 힘을 주어 뚝 떼어내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듯한 삶의 태도를 읽었다. 마냥 슬픔을 다룬다기에는 그 슬픔이 구체적인 길 위에 놓여있었고, 인간 내면을 까발려놓는다기에는 형용이 결..